오랜만에 다래끼가 났다 왼쪽 아래 눈꺼풀 진짜 다래끼는 특히 맘에 안 드는 질환이다 이름도 별로다 보통 피부에 돌기형태로 염증이 생겼을때 그래도 만지지만 않으면 크게 아프지는 않는데 다래끼는 눈을 하루에도 수천만번 깜빡여야해서 안 아플래야 안 아플 수가 없다 눈도뻑뻑해지고 침침해진다 이틀정도 되니까 많이 부어올라서 무려 다래끼가 보인다 왼쪽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나는 사실 다래끼와 어렸을때짝꿍이었다 반 짝꿍바꾸는 텀보다 다래끼나는 텀이 더 짧았다 진짜 몇주에 한번 날때도 있었다 그리고 꼭 커졌다 기간도 길었다 너무 부어 안경알에 붙었다 어린 마음에 자꾸 맛사지해주면 빠질까싶어 주물렀다가 왕만두만해진 적도 있었다 가끔은 눈을 스스로 때렸다 ㅠㅠ 뾰루지처럼 고름이 터질거라 생각했다
한번은 진짜 왕찐빵이되어 낫질 않아서 엄마와 안과에 갔다 선생님이 이건 수술감이라했다 물론 그리 큰 수술은 아니었는데 나는 처음 수술을 하게 됐다는 생각에 좀설렜던것 같다 애정결핍이라도 있었던지 어른의칭찬을 유난히 고파했던 어린 나는 수술대에 누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근데 갑자기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실습생들이 네다섯명 나를 에워쌌다 그때 그들이 내 왕찐빵을 보고 진심 육성으로 히익! 댔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들앞에서 더 칭찬이라도 받고 싶었나 마취주사가 눈꺼풀에 꽂히고 고름을 터뜨리기 위해 주사바늘이 몇개 더 들어왔음에도 찍소리한번 내지 않았다 눈에서 흐른 것은 결코 눈물인적이없고 오직 고름이었다 눈을 감고있는데 터지는 고름의 양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고름이슈때문에 내가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소리한번 내지 않았다는 것에 아무도 집중하지 않아 서운했다 그많은 고름을 빼고도 눈붓기가 빠지지 않는 며칠을 보낸 기억이다
그후, 사이즈가 커지기전에 다래끼를 떼러 안과에 가는 건 내게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시원하니 좋았다 나는 꽤나 경력직인데다 고통을 개운함과 후련함으로 맞바꾸는 좋은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안과선생님들이 떼기 수월해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자존감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겨우 다래키 떼는거 잘 참는 걸로 자존감까지 높아졌다니 참나 지금 조그마한거 난걸로 고통받고있으면서 우습다 여튼 다 옛말이다 요즘의나는 다래끼가 안 나기만을 바란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서는 잘 나지 않았는데 용케 났다 면역력 저하상태임을 강력히 증명하듯 뽈록하게 잘도 자기 주장 중이다 내일부턴 가라앉기 시작해야 주말에 생맥한잔이라두 할텐데ㅠ 그래도 글을 쓰느라 눈을 덜 깜빡였더니 다래끼고통은 잠시잊었..으나 뻑뻑한 눈을얻었다 흠냐뤼
왕만두랑 왕찐빵중에 뭐가 더 큰놈인가요? 다래끼와 빠른 이별 기원합니다
흠냐뤼 >_<